기화요초 바람부는 소박한 소백산 초록 바다
등산코스 :  어의곡 매표소-비로봉-천동계곡-천동리  5시간 소요 2015.5.24(일)

 
 초록바다 소백산
꽃바람 불고
바람과 하늘에 의지한
철쭉꽃 고와서 서럽다
계곡의 물소리와 청아한 새소리에
몸과 마음을 적시니
속세의 이전투구 부질없도다
영험한 소백산 꽃길 위에
부질없는 인연은 내려놓는다
  
 영주와 단양을 두르는 소백산은  비로봉 주변으로 광대한 초지와 능선이 갈래갈래 뻗어 언제가도 식상하지 않고 장쾌하고 호쾌한 맛을 보여준다. 더구나 천년고찰을 자락에 품고 있는 한국 불교의 성지이며 신령스런운 곳이라 비단 꽃과 설경을 보지 않더라도 마음이 어질할 때 언제나 오를 수 있는 부드러운 산이다. 산높고 골 깊으면 험난한 암벽 투성이 바위산도 많지만 소백산은 그 바위를 안으로 감추고 오뉴월에는 무성한 숲과 기화요초가 만발하며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도 풍부하여 가히 속살이 부드럽고 온화한 산이다.
  
 어의곡 매표소 입구 진입하기 백미터 전부터 왕복 2차선 편도에는 주차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갔다. 등산 입구에서 산행 가이드따라 오랜만에 국민체조를 했다. 등산 전 국민체조로 몸풀기는 등산의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며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진지하게 임하는 가이드에 박수를 보낸다.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었으니 이제 마음을 풀고 몸을 단련하기 위해 초록 바다 소백산으로 올라간다. 등산 길 주변은 온통 관목과 야생화 그리고 식물 천지다. 계곡의 물은 초록 바다에 한 줄기 젖줄처럼 하얗다못해 시퍼렇다. 산 초입은 등산이라기 보다 산보하는 기분이다. 약간 가파랗지만 나무데크 길을 제외하면 자연 흙길이다. 물흐르는 소리, 새 소리에 선경이 따로 없다.
  
 길 주변에는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그 모양새도 다양하다. 삿갓을 거꾸로 세운 듯 돌돌만 고사리가 이채롭다. 이름모를 작은 꽃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그들이 뿜어내는 꽃 향이 버무러져 길은 산길이라기 보다 꽃길이다. 꽃길은 지나갈 수 없지만 꽃향이 은은히 퍼지는 등산길은 마음의 자유천지 길이다. 많고 많은 산중에 많고 많은 산길에 기화요초의 온갖 향이 퍼지는 길 위를 걸어본적 있나! 소백산 어의동 입구 등산 길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마음의 꽃길을 걸으며 산중턱으로 오르다보면 제법 산행으로 얻은 땀방울이 낙숫물처럼 이마에서 가슴을 타고 바지가랭이로 소리없이 흐른다. 길 주변 꽃도 악취로 멀리 달아날 듯한 사람의 육수가 등산객 행렬처럼 오래도록 길게 길 바닥을 적시면 등산의 한계를 서서히 느낀다. 꽃도 꽃나름이다. 어의동 등산 초입에서 비로봉까지 삼분의 일은 꽃 향기나는 길이요 중간 삼분의 일은 땀냄새 나는 길이다. 그리고 마지막 삼분의 일은 광활한 초지와 능선 그리고 관목과 바람 철쭉이 뿜어내는 맑고 상쾌한 바람 길이다.
  
 산 중턱 나무데크 길이 길게 이어진다. 나무데크 끝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지막 비로봉 정상까지 오르기 위한 막간의 휴식이다. 나무데크 길이 끝나는 지점에 길 아래로 자작나무 숲이 장관이다. 대군단이다. 껍질이 거북이등처럼 잘게 쪼개어진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며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자자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자작나무가 병정처럼 끝없이 도열해 있다.
  
 자작나무 숲에서 비로봉 정상까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동네 뒷산같은 오르막 길이다.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완만하다.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토끼처럼 뜀박질 해도 좋을 정도로 낮은 관목과 수풀이 우거진 길이 갈래갈래 열어준다.
  
 사람이 간 길과 길 사이로 한 두그루 관목만 있을 뿐 비래봉 정상 부근에는 초지 평원이 광할하게 펼져진다. 가까이서 보면 엉성하지만 멀리서 보면 초지는 바다의 산호처럼 모여 진초록의 진주같다.  비로봉 전후로 능선이 길지만 완만하다. 능선 위로 실루엣같은 나무가 꿈틀거린다. 눙선 위로 인간띠가 끝없이 이어진다. 하늘과 사람 바람과 풀이 하나 되어 초지를 누빈다.
  
 사방팔방 능선 너머로 산하가 한눈에 조망된다. 시야가 투명하다. 굽이진 능선과 능선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작지만 아담한 기암과 초지 사이로 철쪽꽃이 망울을 터뜨리고 새색시같은 얼굴을 샆로시 드러낸다. 소백산의 철쭉은 화려하지도 요염하지도 않고 어릴 적 어머니가 나들이 갈때 볼에 살짝 찍은 분처럼 수수하고 소탈하다. 맑고 상쾌한 바람과 이슬 햇살을 먹고자란 소백산의 철쭉은 소박한 백의 민족의 상징이다.
  
 자연을 헤치지 않으면서 인공으로 만든 타이어 계단이 비로봉 전후로 길게 이어지고 그 위로 등산객이 한치의 공간도 없이 길을 채운다. 비로봉으로 정상은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하고 비로봉으로 가는 계단은 마치 천상으로 가는 계단처럼 거무튀튀하다.
  
 비로봉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찍으려고 또 길게 인간띠가 이어진다. 애시당초 사잔찍기를 포기했다. 작년 겨울 설산의 소백산 등정때도 비로봉 정상 표지석에는 무수한 사람들로 붐빔다. 어디서 와서 그 많은 사람이 한데 모이는지 감탄할 따름이다. 소백산은 자연과 인간의 심성과 가장 가까운 산이다.
  
 사람을 위협하는 험악한 바위산도 없지만 조심해서 등산하지 않으면 바위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고만고만한 바위가 무리진 산이다. 부드러움은 드러내고 험악함은 속으로 감춘다. 겨울의 칼바람 산도 따뜻한 오월 산에는 미풍이 부는 산으로 변신한다.
  
 오늘 비로봉 주변으로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하고 고요하다. 습기도 바람을 낚고 휑하니 사라졌다. 멀리 연화봉이 시야에서 꿈틀거린다. 능선과 골 사이로 가까운 숲은 초록으로 먼 숲은 진초록, 짙푸름으로 산하를 적신다.
  
 연화봉을 멀리하고 천동계곡으로 하산했다. 길 주변에는 금강초롱과 고사리 그리고 앙증맞은 모데미풀, 노랑제비꽃이 만발한 산중회원이다. 하산길에는 노랑제비꽃을 닮은 대구고 학생들이 천동계곡에서 비로봉으로 단체로 올라온다. 무성한 숲사이로 드러난  하산 길은 고만고만한 바위들이 많다.
  
 작은 바위가 많은 길이기에 천천히 소백산을 음미하면서 하산하기에 좋다. 숲길 옆에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다. 계곡 바위로 쏟아지는 옥수는 비단결처럼 곱디 곱다. 저 계곡에서 멱을 감는다면 수십 년 묵는 마음의 때가 벗겨지리라!
  
 소백산 바위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은 나그네와 같이 흐르고 흘러 간다. 천동리 입구에서 물은 소를 만나고 천년을 다듬은 계곡에서 물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폭포가 되어 비를 뿌린다. 바위턱에 걸터앉은 소나무에 무심한 마음이 가라앉고 번뜩 속세의 진풍경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꾸린다.
  
 자연과 인간을 닮은 소백산, 그 부드러우면서도 장쾌한 산에서 잠시 삶의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