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 싸목' 낭만 낭도

2022.11.19

차창 너머 주황빛으로 불타는 들과 산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들판은 한 폭의 수채화로 채색되고 가을이 깊어간다

오랜만에 섬 아닌 섬 낭도로 가는 길
3년 전 4개의 다리가 놓여 연륙된 섬  고흥과 여수 바다 사이에 이리를 닮은 섬이 있다

전라도 방언으로 천천히 걷는다는 싸목 싸목 여우같이 날렵하되 섬 바다에 마음을 풀고 만추의 낭만 섬 낭도로 가보자

낭도는 여산과 규포 2개 마을로 가장 높은산은 상산으로 278.9m이다

대개 섬 산행은 예전 연대도 만지도 등 트레킹 코스로 주로 섬 해안따라 둘레를 도는 트레킹이었으나 낭도는 조그만 섬치고 상산이 제법 우뚝솟아 트레킹과 등산을 동시에 즐기는 셈이 되었다

 여산마을에서 출발하여 규포분기점을 지나  상산에 오르고  규포 선착장으로 내려와 살피도쪽 역기미삼거리, 산타바오거리 및 낭도해수욕장을 거쳐 여산마을로 오는 코스로 절반은 트레킹 절반은 산행이었다

거리는 10킬로 4시간 정도 걸으며  산과 바다를 조망하며 만추의 멋진 힐링코스였다

아침에 고흥과 여수를 지나며 절반은 가을 풍경에 도취되어 여산마을에서 상산까지는 도중에 다소 가파른 곳이 있어도 즐거운 산행이 되었고 버스 안에서 우연히 고교 친구 셋을 만나 기쁨은 배가되었다

비록 친구들은 갯마을 돌며 같이 산행은 못했지만 다른 일행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좌충우돌하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걷다보니 정오쯤 상산에 도착했다

은빛 회색 듬성듬성 갈대와 마늘밭 사이로 거칠것 없이 드러난 하늘로 치솟은 산길 그리고 엷은 파편 구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하늘을 닮은 만추의 구름은 위장의 주름처럼 얊고 엺다

낭도 상산 등산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여우 등덜미를 타고 꼬리까지 제법 길다

등산은 하산길이  더 조심스러워 일행은 먼저가고 홀로 규포 선착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산길은 전부 나무 데크여서 하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오늘은 스틱을 가져오지 않아 무릎에 부담을 줄까 염려하여 더 조심스러웠다

규포 선착장 너머 둔병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있고 선착장 앞 어느 태공의 물통에는  빛깔찬 깔따구(농어새끼)가 가득하다

규포 선착장에서 장사금해수욕장까지는 섬 동남쪽 옆구리를 끼고도는 트레킹 코스로 전형적인 섬 둘레길이다

상산 등산으로 땀에 젖은 런닝구를 벗고 해풍에 몸을 실었다

빽빽한 숲길. 숲이 나를 에워싸고 파도를 감싸니

 좌우로 파도소리, 새소리에 귀가 즐겁다

잠시 인적이 뜸한 찰나의 숲길에 들어서면 칸트의 사색의 길이 따로 없다 오직 자연의 소리에 몸과 마음은 한없이 침잠되고 파도소리만이 잠을 깨운다

공룡화석의 흔적과 해식애의 발달로 숲사이로 비취는 해안갯바위가 톱니바퀴처럼 날카롭다

삼천포 앞바다에 둥둥 떠있는 조그만 무인도처럼 낭도 동남쪽 둘레길 지척에 유인도 사도가 그림처럼 펼쳐있고,
백사장이 비단결처럼 고운 장사금해수욕장에는 햇살에 은빛물결이 출렁이고 낭만 낭도가 춤을 춘다

쪽빛 물결이 억겁의 세월로 다듬은 모래 주름이 일품이다

캐빈 코스트너가 만일 은빛물결 장사금 백사장을 찾는다면 '여우와의 춤'을 연출해도 손색이 없는 배경으로 어울릴 듯하다

일행과 친구를 찾지못해 여산마을 포구 어느 식당에서 홀로 백반으로 늦은 점심을 청했다

반찬 가짓수가 열 가지. 나물 반찬에 서대찜 등 진수성찬이다

섬속의 섬이 있고 섬 밖에 섬이 여수 앞바다에 수를 놓는다

 낭도 진입시에는 고흥 팔영대교 적금도를 거쳐 들어왔지만 떠날때는 낭도대교 둔병대교 조발도 그리고 여수를 잇는 조화대교를 건너 여수 순천방면으로 방향을 틀고 남원에서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타고 귀향했다

석양의 지리산이 검붉게 타들어간다​